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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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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2
 글쓴이 : 윤종택
(조회 : 302)  

 동학은 속도를 줄여 커브를 돌았다. 겨울철 눈이 내려 빙판이 되면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다. 그때 환자석에서 무언가 또 산만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동학의 온 신경세포를 자극하였다. 분명히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아무도 없던 환자석에 과연 무엇일까? 룸미러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축축한 식은땀이 머리의 땀구멍을 비집고 솟아나왔다. 모자를 쓰고 있어서 흘러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귀신일 터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닫혀 있는 유리 창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열어놓고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찾듯이 헤집고 다닌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의 울긋불긋한 가로수가 전봇대가 되고 전봇대가 가로수가 되는 희한한 변화가 연신 반복해서 일어났다. 동학은 겨우 앰뷸런스를 길가에 정차시키고 중립으로 기어를 변속한 후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겼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오른쪽으로 반쯤 돌려 환자석을 뚫어질듯 쳐다보았다.

 

 유리문도 다시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불까지 훤하게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침대에 앉아 있는 물체는 분명히 사람 모습이었다. 그것도 울긋불긋한 치마저고리를 입고 꿩의 깃털로 장식한 화려한 갓을 쓴 무당의 모습이었다. 동학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것 같았다. 살이 뼈에서 분리되어 온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지옥인 또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의 얼굴이나 몸이 뼈만 남아 있는데도 똑바로 물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당의 웃음은 참으로 묘했다. 실눈을 뜨고 희죽거리기도 하고 느물느물 거리며 비웃기도 했다. 또 때로는 손바닥을 탁탁 치며 큰소리로 웃기까지 했다. 몹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니 동학은 오기가 생겼다.

 

 뚫어져라 무당을 쳐다보았다. 눈빛으로 제압하기 위해 한동안 노려보았다. 긴장된 얼굴의 뼈들이 조각조각 분리되어 사정없이 어그러졌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동학은 갑자기 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무당의 얼굴이 매우 편안해 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니, 저 여자를 어디서 보았지. 어디선가 분명히 보았는데……어디서 보았더라.’

머리를 감싸 안고 기억을 더듬었다. 지나간 과거를 펼쳐놓고, 선으로 연결된 그래프를 손으로 꼼꼼히 짚어 나갔다.

그래 바로 이 자리였어. 벌써 3년은 된 것 같은데, 이곳에서 저 여자는 죽은 거야. 교통사고였어. 밴츠 승용차가 저 여자를 치고 뺑소니를 쳤어. 신고를 받고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인근 밭에서 일하던 남편이 장화를 신은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어. 흙이 잔뜩 묻은 검정색 장화였어. 저 여자는 사십대였고 …… 맞아, 저 여자가 맞아.’

죽은 여자라는 생각이 두뇌에 각인되자 다시 소름이 온몸에 돋기 시작했다.

 

 ‘안되겠어. 도망 가야해. 내가 저 여자를 이길 수는 없어. 유리 창문을 닫고 순식간에 도망가는 거야. 불빛이 있는 저 농가로 가면 돼.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그저 오늘 일은 재수가 없어서 생긴 거지 별거 아니야.’

동학은 앰뷸런스 키를 살그머니 빼서 손바닥에 말아 쥐고는 문을 잽싸게 열고 뛰어 내렸다.

 

 그 순간 무언가 번쩍 빛나는 물체가 시야에 들어와 그의 몸을 감쌌다. 대형트럭의 전조등 불빛이었다. 그것도 뒤편에서 추월하는 차량이었다. 동학의 몸은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아픈 줄도 몰랐다. 오히려 편안했다. 솜털 같은 구름을 흩트리며 한동안 자유롭게 유영을 하였다.

 

 “증평소방서 서곡지역대 구급출동. 서곡지역대 구급출동. 서곡면 대수리 대수 2574번지. 윗땀에 사시는 김막둥 할머니. 가슴통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구급출동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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