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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0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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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3(습작)
 글쓴이 : 윤종택
(조회 : 469)  

 여옥이는 아들 둘이 쌍둥이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인 형준이와 영준이는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평일에는 수업을 늘 열한시까지 한다. 그러니 일찍 집에 들어가 봤자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TV드라마를 보는게 고작인데 오늘은 내친김에 친구도 만나고 놀다 들어갈 생각을 하였다.

 노스텔지어 카페는 막다른 골목 끝에 위치해 있어 단골손님이 아니면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도 현정이는 워낙 붙임성도 있고 애교가 많아 어느만큼의 손님들은 늘 출입하였다.
“어서 오세요. 어마, 안녕하세요. 큰언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깜작 놀라며 반갑게 맞는다.

“사장님은 지금 안 계시는데요.”
“응. 알고 있어. 조금 전에 통화했거든. 금방 올거야. 방학인데 집에 다니러 안 갔어? 가족들 보고 싶을 텐데.”
“방학 끝나기 전에 일주일 정도 다녀 오려구요. 요즘 스피치 공부 계속하고 있거든요.”
“아, 참! 관광가이드 하고 싶다고 했지?”
“예. 그래서 공부하는 거예요.”

 탕나는 랴오닝성의 선양이 고향인 조선족으로 스물일곱 살의 조금은 늦은 나이에 세명대학교 호텔관광학부 호텔경영학과에 입학 하였다. 지금은 2학년인데 노스텔지어에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며 숙식을 하고 있는 부지런한 아가씨다. 영어도 기본적인 대화는 되고 한국어도 북한사람처럼 발음을 해서 교정중이지만 꽤나 잘하는 편이다. 
 
 고향에서도 동생인 탕복지와 같이 여행사에서 근무하였는데 한국에서 여행오는 사람들이 많아 내친김에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온 것이다. 여옥이와는 대학의 같은 건물에서 자주 보는 사이다. 초저녁이라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다.
“맥주 한 잔 하실래요?.”
“그럴까.”
 
구석자리에 앉았다. 맥주 두병이랑 옥수수 튀긴 것을 쟁반에 담아서 노크를 하며 탕나는 싱긋 웃는다.

“언니, 저기 학교 기숙사 짓는 거 있잖아요. 운동장 앞에……언제 완공되나요?”
“올 봄이라고 하던데 왜, 들어가려고?”
“생각중인데요. 아무래도 4학년 때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니까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요.”
 
탕나는 여옥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내년을 걱정한다.

“오래 기다렸지. 여옥아.”
 
어깨에 쌓인 눈을 털며 현정이가 종종 걸음으로 들어온다.
“어머, 눈 오니? 많이 와?”
“어. 꽤 많이 오는데…… 눈발이 제법 굵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현정이는 호들갑을 떤다.
 
여옥은 창문 곁으로 갔다. 커든을 열었다. 이중창이다. 나무로 틀을 만든 안쪽 문을 열었다.

 함박눈이다. 희뿌연 하늘이 온통 회색빛이고 바람과 함께 눈송이는 사선으로 날린다. 골목 입구의 가로등 불빛 아래는 어린이 놀이터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 몇몇이 종종 걸음을 친다. 겨울은 낭만적이다. 특히, 눈이 내리는 날을 여옥은 몹시 좋아한다. 집에서도 베란다 창문을 통해 한참씩이나 지켜보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햇살에 빛나는 하얀 눈이 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다는 생각을 늘 해 오던 터였다.

“어머머 재 좀 봐. 어쩜 저리 눈을 좋아하지. 얘, 여옥아 그만보고 이리와. 애들도 아니고…… 나는 추워서 겨울이 제일 싫은데 재는 사십이 넘어도 소녀로 사는 거 같어.”
“그래, 사실 마음은 아직도 소녀 때 그대로 아니니? 겉모습만 매년 늙어가서 그렇지.”

 맥주잔을 들고 있는 현정이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자리에 앉으며 주방쪽으로 향해 주문을 했다.
“탕나야! 맥주 몇 병만 더 줄래. 과일도 좀 주고.”
“너 요즘도 그 교수님 자주 만나니?”
“누구?” “어머 얘는 여시같이 모르는 체 하는 거봐. 누구긴 누구야 그 잘생긴 젊은 교수 말이지.”

“아아. 윤형빈씨.”
“그래 윤교수님. 그런데 너 이제는 아주 형빈씨 라고 부르네.”
“그럼 어때. 여기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내가 한 살이라도 나이를 더 먹었는데. 사실 나보고 누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맞잖아 그치.”
“뭐? 으흠, 옳아. 그 말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는 뜻이렸다.”
“가깝기는……수업시간에 만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오늘 낮에 꿀참나무에서 만난 것을 들켜버린 것처럼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그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더구나 이야기를 할 때도 상대방이 편안하도록 유머를 섞어서 구사하는 능력이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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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의 겨울)

 초등학교 6학년 동안 한 번도 건너뛰지 않고 소풍을 왔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고는 두 사람씩 짝이 되었다.
 뒷뜰 농로 길을 걷는 게 지루했지만 오랫동안 겨울 속에 웅크리고 있다 대지를 뚫고 뾰족하게 나와 있는 햇싹을 보는 것도 신기했고 하늘 까지 닿아 있는 의림지 제방 둑의 소나무는 지금껏 본 나무 중 가장 크고 근사한 나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의림지 얼음판 위로는 엊그제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언덕배기 입새 영호정 앞에는 겨울의 끝자락을 즐기려는 강태공들이 공어 낚시를 하느라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있고 잡힌 공어들은 얼음 구덩이 속에서 팔딱팔딱 튀어 오른다. 내장이 훤히 보이는 고기는 공어밖에 없다. 집게 손가락 크기만 한 놈들을 후라이팬에 둥글게 세,네퀘를 둘러놓고 양념을 얹어 익혀 먹는 도리뱅뱅이는 술안주로는 제격이다.

 형빈이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할 일이 있으면 의림지를 자주 찾는다. 뒤뜰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삼한시대 때 축조하였다는 의림지는 소나무가 가히 장관이다. 자주 오는 곳이지만 하늘을 향해 온몸을 구갑피로 두른 채 용트림 하며 자태를 뽐내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언제 보아도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호루 앞에는 오리 배 십여 척이 긴 겨울잠을 자고 있다.

 지난
봄서부터 가을까지 많은 손님들을 태우고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들판을 다녔으니 힘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 그래도 한겨울의 살을 에는 추위는 아니다. 무언가 봄 냄새가 나는 듯한 바람이 얼굴을 감싼다. 한길 논둑에 무리지어 자라는 향긋한 쑥 냄새 같기도 하고 솔향기 같기도 하다. 연못 속 깊은 곳에서도 순채 뿌리가 생명의 움직임을 시작했을 것이다.

 경호루에 올랐다. 선인들은 여기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였을까?
‘수령이 농사일을 걱정하며 민초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였을까? 아니면 술잔을 기울이며 기생이랑 풍류를 즐겼을까?’

 형빈은 쓸데없는 생각에 멋쩍은 듯 이마를 툭툭치며 계단을 내려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바지 주머니에서 떨리는 느낌이 온다. 전화가 온 것이다. 형빈이는 무언가 몰두할 때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꾸어 놓는 습관이 있다. 그래야 집중이 된다. 오늘도 현정호 학부장이랑 오전 내내 연구 논문에 대해 검토하고 수정하느라 진동으로 해 놓은 것이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 노스텔지어 김현정입니다.”
“아, 현정씨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이런 시간에 전화를 다 주시고……”
“방해된 건 아닌가요. 통화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지금 의림지에서 산책중이니까 현정씨만 괜찮으시다면 한 시간을 통화해도 문제 없습니다.”

“아이구 고마우셔라. 귀한 분이 시간을 이렇게 많이 내어 주시다니 굉장히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원 별 말씀을요.”
“특별한 일이 있어서 전화 드린 것은 아니고요 요즘 뵙기가 하도 어려워서 어디 외국 출장 중이신가 해서요. 언제 시간 좀 내 주세요. 맛있는 식사 한번 대접할께요.”

“아니, 저에게 밥을 사주신다는 분도 계시고 영광입니다. 삼사일 후부터는 시간이 허락될 것 같은데 저녁때는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방학이 2월말까지 인가요?”
“네, 이제 한 열흘 남았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하긴 조금 있으면 봄이니까. 그럼 며칠 있다가 연락 드릴께요. 좋아하시는 음식 생각해 두세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아주 비싼 것으로 생각해 놓겠습니다. 괜찮겠죠?”
“그럼요. 멋진 교수님을 모시는 건데 돈이 문젠가요. 문전옥답이라도 팔아야죠.”
 
현정이는 유쾌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해 여름, 며칠 동안 저녁때만 되면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적이 있었다. 무덥던 여름밤이 서늘하다고 느낄 만큼 비가 내렸는데 희끗희끗하게 땅거미가 아스팔트의 질펀한 물위로 스며들 무렵 중년의 신사가 우산도 없이 가방으로 머리 위를 가리고는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적이 있었다.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비가 하도 많이 와서 염치 불구하고 무작정 들어왔습니다.”
 
키가 커다란 사람이 멋쩍은 듯 손수건으로 연신 빗물을 닦지만 머리에서부터 바지까지 이미 다 젖었고 흘러내린 빗물이 카페 입구의 바닥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으니 얼마나 미안했을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인지라 수건을 같다 주었지만 않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도리어 순수하게 보였다.
 (다음편에 계속)


금수산 12-02-06 14:29
디게 웃겨요...등장인물이랑 회원님들이랑 짝맞추기도 해보고...
재밌어요...^^
참 미설도 마지막 작품까지 잘읽었어요...
잘 보구나서 일이생겨 댓글도 못달았다는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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