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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1-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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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2 (습작)
 글쓴이 : 윤종택
(조회 : 493)  

 형빈이는 오후 내내 대학 연구실에 파묻혀 있었다.
 내년 학기 초에 발표할 「한방도시의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논문 발표 때문이다. 창문을 통해 방 가운데까지 넓게 퍼진 햇살이 따듯하다. 창문 밖으로는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 눈이 다져진 것으로 보아 오늘 새벽에도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다녀갔을 것이다.

 사실 지난 학기가 끝나고 방학을 하며 사흘간 잠시 서울집에 다녀온 후 줄곧 켐퍼스 내에서 숙식을 하며 지내고 있다.
 
형빈이는 제천의 지리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제천 장락동에서 태어나 의림초등학교와 제천중학교, 제천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때 형이 살고 있는 서울로 이사하여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고향으로 내려와 서른한 살부터 세명대학교에서 시간 강사를 시작으로 마흔세 살인 지금 그래도 남보다 일찍 부교수가 되었다.

 오늘도 여옥이와 점심식사를 끝내고 곧장 연구실로 올라왔다. 여옥이 한데서 건네받은 지역관광 종사자 통계표를 펼쳐 보았다. 부탁한데로 꼼꼼하게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긴머리를 쓸어 올리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껏 여운이 남는다. 가지런한 하얀 치아와 살짝 잇몸을 드러낸 채 웃는 때 묻지 않은 웃음이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껏 공부만 하느라 사십이 훌쩍 지났다. 집에서는 수시로 맞선스케줄을 보내오지만 이리저리 핑계를 대어 거절한 것이 수십 번을 넘는다. 그래도 둘째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지 장남이었으면 부모님 의 성화에 어떡할 뻔했을까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다.

 제천시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한방산업을 제천시의 특화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모든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었다. 사실 인구가 15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서 그나마도 계속 줄어들어 14만 명 선도 무너지는 마당에 전국을 상대로 하거나 외국을 파트너로 하여 후대에 까지 계속 번창할 테마 찾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그래도 세명대학교에서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한의학과가 있고 조선시대 이공기 선생이 이 고장 출신이며 3대 약령시장에 제천이 포함되었다는 이점이 있어 한방을 타이틀로 선정한 것이다.

 

  (마라톤 모임)

 명성식당은 식당 이름만큼이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주인 부부가 금수산 자락에서 주로 자라나는 산나물을 채취해서 반찬을 만든다. 도라지와 고사리는 물론이고 곰취, 곤드레, 다래 나뭇잎, 두릅, 돌나물, 엄나무 잎, 학다리 나물, 쑥부쟁이 나물 등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 여러해 동안 숙성된 된장으로 끓인 찌개를 곁들이면 말 그대로 웰빙 음식이 된다.

“사장님. 여기 큰 그릇 좀 주세요!”
“네, 비벼 드실 거죠.”
“네, 참기름도 같이요.”
 
안주인이 뚝배기를 사람 수 대로 여덟 개를 가져 온다.
“회장님 올해는 해외마라톤을 어디로 가나요?”
 
정숙이는 밥과 나물을 섞어 맛나게 비비며 영택이를 흘끗 쳐다본다.
“글세.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 따라 여러 나라가 있는데 오늘 상의해서 결정하십시다.”
 
영택이는 소주를 한잔 기울이고는 미리 준비해온 메모지를 보면서 계속 말을 잇는다.

“2월 27일에는 동경마라톤이 있고 4월에는 세계 최고대회인 보스톤 대회가 있고요 5월에는 작년에 우리가 다녀온 압록강마라톤이 있습니다. 내몽골 대회는 7월인데 초원을 달리는 대회로 올해 처음 열린다고 하네요. 그리고 베를린마라톤은 9월말이고 중국 북경마라톤은 10월이고 12월에는 상해와 싱가폴 대회가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꼼꼼히 살펴 보니까 보스턴과 베를린은 풀코스만 있어서 우리가 모두 완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더구나 시간이 4월이기 때문에 연습할 시간도 많지 않아서 힘들 것 같고 무난하게 다녀오려면 중국이나 싱가폴이 어떨까 생각 합니다.”

“저기 회장님. 모처럼 모였는데 일단 위하여 부터 한번 하시고 또 말씀 하시지요.” 여옥이 건배를 하자며 배시시 웃는다.
“좋습니다. 그러시죠. 잔을 눈썹까지 높이 들어 주세요. 지구 끝까지 함께 달리는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위하여.”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임을 갖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간결하고 대화의 범위가 크게 복잡하지가 않다. 한 달에 한번 씩 모이는 이들은 전부 금수산마라톤클럽 회원들인데 그중에서 해외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여행도 하자는 의견을 직전회장인 영택이가 제시하여 모임이 이루어진 것이다. 식사를 거의 마친 남철이가 숟가락을 놓으며 의견을 제시한다.

“제가 한 말씀 드릴께요. 이번에는 좀 색다른 나라가 좋지 않을까 생각되거든요. 내몽골마라톤이 어떤지 세부적으로 설명 좀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네, 그럴까요. 지난번에 마라톤 여행사 관계자와 통화를 했는데 중국의 심양까지는 항공기를 이용하고 내몽골 지역까지는 버스를 타고 네,다섯 시간은 가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중국 영토이지만 예전에는 몽골 땅 이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거주하는 종족은 몽골민족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오지라는 이야긴데 이번에는 그리 가 보는게 어떨까요? 넓게 펼쳐진 끝도 없는 초원에서 말을 달리는 목동들도 보고 우리는 달리기를 하고, 고생은 좀 되겠지만 추억 만들기는 최고 일 것 같은데요.”
“그럼, 7월로 여름 휴가기간 동안 시간도 낼 수 있으니 내몽골마라톤대회를 올해의 마라톤 장소로 결정을 할까요? 어떻습니까? 좋습니까? 이의가 없으면 박수를 쳐 주세요.”

모두들 찬성을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여옥이도 7월이면 여름방학이어서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음 달 동아마라톤대회는 버스를 대절 하는가요?”
 
나이가 육십 다섯으로 제일 많고 늘 맨발로 달리기를 하여 전국으로 알려진 형주가 좌중을 둘러보며 묻는다.

“예, 45인승 버스는 맞추어 놓았고 점심은 밥과 국을 주문했고요 아무래도 새벽에 출발해야 하니까 인절미랑 바나나로 아침 요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거기다 마른안주와 맥주만 사면 될 것 같은데요.”
 
클럽의 훈련이사를 맡고 있는 남철이의 대답이다.
“그나저나 큰일 났는데요?”
“왜, 무슨 일 있어?”

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하는 모임의 막내 수남이가 정색을 하며 너스레를 떨자 여옥이가 놀라서 묻는다.
“아니, 처음 출전인데 연습을 많이 못해서 그렇죠. 헬스클럽에서 달리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날씨가 추우니 밖에 나오기도 그렇고……더구나 올 겨울은 눈이 많이 왔잖아요.”

“그래서 나는 풀코스는 포기했어. 하프나 30km까지는 괜찮은데 풀은 아무래도 무리야. 작년에 춘천마라톤 같다오고 며칠 동안 끙끙 앓았다니까.”
 
정숙이는 악몽이라도 꾸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수남씨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내 생각엔 3시간 20분대까지도 가능할 것 같은데. 하프 거뜬하지 35km 연습주도 지금까지 문제 없었잖아. 오히려 힘은 남는 거 같던데.”

 영택이는 회원이 처녀 출전하는데 힘을 북돋아줄 요량으로 한마디 거든다.
“아니에요. 마지막엔 좀 힘들었어요.”
“그럼, 오늘 모인 사람들 중엔 정숙씨 빼 놓고 일곱 명이 다 출전하는 건가요?”
 
형주가 둘러본다.

“저는 가기는 하는데 그날 컨디션 따라 결정을 하려구요. 3월 21일이면 개학 후여서 학기 초에는 수업이 만만찮거든요.”
“참. 여옥씨는 학교 다니지. 그러고 보니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네.”
“아니에요. 괜히 폼만 잡는 거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지나친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 부덕의 소치라는 말도 있습니다요.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들인뎁쇼. 여옥낭자.”
 
매주 화, 목 달리기를 할 때도 늘 농담을 잘하여 회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영택이가 술을 몇 잔하여 불콰해진 얼굴로 너스레를 떤다.
 
모임이 끝나자 여옥이는 현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현정아 나야. 여옥이.”
“어 그래. 어디야. 모임 끝났어?”
“응, 지금 막. 가게에 있니?”
“아니야. 볼일이 있어서 잠시 시내 나와 있어. 가게 문은 열어 놓았으니 먼저 가 있을래? 5분이면 돼.”
“그래 알았어.”

밤바람이 차다. 코트 깃을 세우고 장갑 낀 손을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겨울도 견딜만한데…….’
 
저만치 고암동에서 내려오는 택시가 보인다. 빈차라는 글씨가 어렴풋이 보인다.
“청전동 구 보건소 앞으로 가 주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구 보건소 앞이요.”
기사는 흘긋 룸미러를 쳐다본다.

“밤이라 날씨가 차죠?”
“그러게요. 많이 추운데요.”
 (다음편에 계속)


윤종택 12-01-27 17:42
우리클럽의 일상과 쫑택이의 주변 생활, 글구 상상, 공상, 망상의 빈찬입니다. 그저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어주시길.....
정우 12-01-29 23:39
금마클의 일상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일요달리기 금수산 뜀꾼들..찐하게 달렸지요~장곡까지40키로..에구
woo수환 12-02-02 16:59
난 원래 긴글 잘못읽는 편인데 ㅎ ㅎ  연제기대되는데예.....
윤종택 12-02-02 21:41
직전회장님 일요일 즐달 사진 잘 보았습니다.
20대 못지않은 몸짱, 여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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