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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1-2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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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1(습작)
 글쓴이 : 윤종택
(조회 : 604)  

(만남)

 “어, 내일이 벌써 모임 날이야? 요즘엔 바빠서 그런가 세월 가는 것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고마워 언니. 알려줘서.”
 “얘 그건 그렇고, 너 요즘 수상해. 모임 날짜를 잊어버리지 않나 지난번에는 중앙시장 앞에서 몇 번씩 불러도 모르고. 무슨 일 있는거 아냐?”
 
“아니야, 일은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어.”
 
“정말이지. 그래, 알았어. 7시까지 명성식당으로 꼭 나와. 잊어버리지 말구. 여행가는 문제 의논할꺼야.”
 
휴대전화로 이야기를 하지만 여옥이는 거짓말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내일이 벌써 20일인가?’
 
매달 모임하는 날짜를 정해놓고 있지만 정숙이가 전화를 해주지 않았으면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차를 건물 뒤편 주차장에 세워두고 현관문을 밀었다. 이미 식당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 대부분이 여자들이다.
 
남편들을 출근시켜 놓고 가사 일을 하다 소위 웰빙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다. 몇 달 전에 개업을 했으니 예약을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카운터에 자리를 물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나무로 되어 있다. 밝은 색깔과 파도 같은 나이테 줄무늬가 마음에 든다.

 특유의 송진 냄새가 향긋하다. 발끝으로 살짝살짝 디디며 오르는 기분도 괜찮다. 203호는 테이블이 하나다. 창문너머 의림지가 보이고 파크랜드의 바이킹 기둥 꼭대기도 선명하게 보인다. 눈 위에 보석처럼 빛나는 밝은 햇살이 눈이 부시다. 이랑 따라 하얀 눈으로 미장을 하여 놓은 밭에는 지난 가을의 옥수숫대가 드믄 드믄 서있다. 아직까지 매달려 있는 길쭉한 누런 잎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멀지 않아 봄이 오겠지. 아니지. 저 눈 속에는 이미 봄이 시작되었을지도 몰라.’
 
“똑똑똑.”
 
“네.”
 
검정색 코트를 팔에 걸고 형빈이가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날씨가 많이 풀렸죠.”
 
“네, 오늘은 봄 날씨 같은데요.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아니요. 저도 조금전에 왔는걸요.”
 
“아, 그러세요. 다행입니다. 중국 선린기업과의 통화가 조금 늦어져서…….”
 
형빈이는 코트를 스텐드 옷걸이에 걸고 앉으며 벨을 눌렀다. 일하는 아가씨가 차림표를 건넨다.

 “이 집은 도토리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어요. 묵을 쑤어서 채를 썰어 야채랑 섞기도 하고 가루로 부침개도 만들고 전부가 도토리로 만들어요.”
 
여옥이는 몇 번 온 경험으로 설명을 한다.
 
“그럼, 모든 음식이 그야말로 건강 음식이네요?”
 
“그런 셈이죠. 그런데 남자 분들 입맛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좀 단편이거든요.”
 
“괜찮습니다. 자주 먹는 것도 아닌데요 뭐. 어떤걸로 하실까요?”
 
형빈이 차림표를 내민다.
 
“보통 비빔으로 많이 하는데요. 이 집 주 메뉴기도 하고요.”
 
“그래요. 여기 이 비빔으로 2인분 주시고 부침개도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방바닥이 따듯하다.

 “아랫층 홀에는 전부 여자들만 모였네요. 다들 쳐다보는 거 같아서 좀 쑥스럽던데요?”
 
“호호호. 좀 그렇죠. 요즘 식당마다 점심때면 여자들만 모인다고 하잖아요. 여자들끼리 모여 모임도 하고 수다도 떨고 …….교수님은 미남이라서 아마도 여자들이 더 처다 보았을 거예요.”
 
“아이고 황송하게 미남은……”
 
형빈이는 쑥스러운 듯 이마를 긁적인다. 미안하면 나오는 버릇이다.
 
“방학동안 공부는 많이 하셨어요?”
 
“뭐 그냥 조금씩 시간 있을 때 책을 봤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잘 안되는데요. 좀 일찍 시작 할걸 지금은 후회가 돼요.”
 
“그래도 지난학기 성적은 좋던데요?”

 “아이고 참. 나이 먹은 제자라고 교수님들이 봐 주셔서 그렇죠 뭐. 젊은 애들을 따라갈 수 있나요. 어디.”
 
웃을 때는 눈가에 잔주름이 조금 생기지만 긴 생머리를 한 여옥이는 서구적인 얼굴에 지금도 늘씬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다.
 
청전동 간선도로 옆의 동양 헬스클럽에 다닌지가 벌써 6년이나 되었다. 대부분의 또래들이 아줌마 소리를 듣지만 여옥은 쉽게 그런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아가씨’아니면 우물쭈물하다 ‘저기요’하며 사람들은 호칭을 얼버무린다. 아이를 둘이나 낳은 엄마로 곧이듣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저녁때부터 헬스클럽에서 거의 두, 세 시간 운동을 한다.

 착 달라붙는 스포츠 브라에 스판 바지를 입고 거울을 보며 스트레칭을 한다. 흔히 아줌마들의 베들레햄이라 부르는 뱃살도 없고 처녀적 몸매와 별반 차이가 없다. 체질도 있겠지만 느긋하지 못한 성격이 분명히 한몫을 했으리라. 클럽에서 그는 언더우먼으로 불린다. 오늘은 의림지 꿀참나무에서 내려온 후 친구 옷가게에 들려 엿새 앞으로 다가온 여고 동창회 이야기를 하다 다부지게 운동을 하자는 심산으로 이내 클럽으로 왔다.
 
‘이정도면 아직은 괜찮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싱긋 웃는다.
 
거울속의 여자도 똑같이 따라한다. 한낮의 런닝머신은 대부분이

 여자들 차지다. 달리는 사람은 몇 안 되고 걸으면서 옆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TV를 본다.
 
남자들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지만 대다수가 웨이트 위주로 운동을 한다.
 
“일찍 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얼마나 하셨어요.”
 
“얼마 안됐어요. 한 30분 정도…….”

 명숙이는 말을 하면서도 계속 달린다. 여옥이는 명숙이 바로 옆의 런닝머신 벨트에 발을 올리면서 계기판을 슬쩍 보았다. 스피드가 시속 12km다. 같은 금수산 마라톤 클럽 회원인 그녀는 늘 이 시간에 운동을 하러 나온다. 치킨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4시 이후에는 짬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를 물어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또래여서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창문 밖으로는 제천 연소봉과 뒷뜰이 시원스레 시야에 들어온다. 연소봉은 칠성봉 중 두 번째 봉으로 낙엽송 밭이다. 삼십여 미터는 됨직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그래도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하다는 느낌이 먼저 온다. 나무 꼭대기에는 까치집이 세군데나 있다.

 ‘저 집에는 까치들이 살고 있을까? 눈이 오면 고스란히 맞을텐데 춥지는 않나’
 
부지런히 걸으면서도 시선을 떼지 않고 생각해 본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여옥씨?”
 
“네. 고맙지만 귀찮으실텐데…….”
 
“아니에요. 저는 운동 다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커피가 마시고 싶었거든요.”
 
명숙이는 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치며 3층 카운터에 있는 자판기로 향한다. 만족할 만큼 운동을 했으니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하다.
 
뒤뜰 끝자락엔 하얀 색깔로 채색된 의림지와 용두산이 보인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나무들도 온통 하얀색이다. 새터에서부터 뒤뜰 중간을 가로질러 의림지까지 이어진 농로는 봄서부터 가을까지 특히, 무더운 여름철 밤이면 운동을 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로 줄이 이어졌는데 지금은 간간이 볼 수 있을 정도다.
 
중앙교차로에서 하소동 방향으로 시원스레 뚫린 간선도로 갓길에는 제설차가 밀어놓은 눈들이 이제 막 녹기 시작하여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군데군데 세워 놓은 차량들은 경계선에 절반쯤 걸쳐있다.

 명숙이는 꽤 여러잔의 커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와서 사람들에게 권한다. 밸트 맛사지를 하던 보영이도 눈 인사를 하며 받아든다. 런닝머신에서 운동을 하던 여자들이 모였다. 이때부터 즐거운 수다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서부터 입시문제나 즐겨보는 드라마까지 다양한 주제가 수다 떨기의 대상이 된다.

 “여옥씨는 대학 다닌다면서요, 올해 몇 학년이세요?”
 
“내년에 졸업반이에요.”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은서는 궁금한게 많은 듯 여옥의 옆까지 와서 계속 질문을 한다.
 
“관광학과라고 하셨죠? 전공을 또 나누나요?”
 
“네. 저는 관광경영학이 전공이에요.”
 
“정말 대단하세요. 나이 들어서 학교 다니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니에요. 쑥스럽게 존경은 무슨…….”
 
“애들도 대학 다니나요?”
 
“아니요. 이제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요.”
 
“신랑이 잘 밀어 주시나 봐요?”
 
이번엔 순선이가 묻는다
 네, 그냥…….”
 “미팅도 해 봤어요?”

 “아니요. 나이들은 아줌마를 누가 끼워 주기나 하나요? 혹시 아저씨들이 있으면 몰라도…….”
 
“부럽다. 나도 학교나 다닐까? 그런데 공부는 옛날부터 질색이니. 노는 건 일등도 자신 있는데…….”
 
한바탕 웃음이 인다.
      (계속)


운달 12-01-26 17:22
기대되는데......
후속편은 언제쯤 나오나요?
정우 12-01-27 00:24
제밋네요~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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