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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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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습작)
 글쓴이 : 윤종택
(조회 : 567)  

순진한 영혼

 광식이가 끙 하고 기운을 쓰자 지게위의 나뭇단들이 마당 한켠에 차곡히 쌓인다. 어른 손가락 굵기 만한 물거리를 자른 부분을 한쪽으로 차곡차곡 정리하여 한 아름씩 묶어 네 둥치를 지고 왔다. 보통 어른들이 세둥치씩 지고 다니는데 광식이는 워낙 힘이 장사여서 늘상 네 둥치씩 지고 다닌다. 
 
 묶을 때 지게고리 끝을 손으로 잡기 쉽게 반 매듭 하였기 때문에 내려놓을 때는 끝을 찾아 당긴 후 목발을 손으로 잡고 앞쪽으로 번쩍 치켜들면 가지런히 쌓이게 된다. 키는 보통이지만 몸이 굵고 근육질이여서 어릴 적부터 항우장사라는 소릴 들었다. 늦가을 햇볕에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저고리를 벗어놓고 지게에 걸터앉아 담배를 빼어 문다. 가슴 깊숙이 들어마신 연기는 날숨과 함께 코와 입에서 뭉실뭉실 구름처럼 피어 오른다. 열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광식은 지게고리를 사려서 새뿔위에 걸고 다시 나무를 하러 나섰다.

 두레박 샘물 우물가에는 뒤편 골짜기에 사는 정순네가 빨래를 하고 있다. 넓쩍한 돌에다 빨래를 올려놓고 치댈때마다 팡파짐한 엉덩이가 체신머리없이 들썩거린다. 광식이는 구름한점 없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서낭당의 느티나무를 촟점없이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저기 영일이 아부지. 나좀 보구 가유.”
 “왜유. 할 말 있어유?.”
 
들킨 것 같아 무안해하는 표정으로 힐끗 뒤돌아 본다.

 “낭구하러 가시는 모양샌데…… 바지런하기도 하셔라. 영일네는 올 겨울 동네가 눈에 빠져두 낭구 걱정 안하겄네유.”
 ‘할말이 뭐래유.’광식이의 눈빛이 재촉을 한다.

 “저기, 이런 야기를 해두 되는지 몰르겠는데…… 아따 쬐금 있으면 겨울인데 왜 이리 덥데야?”
 
정순네는 뿌득뿌득 씻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친다.
 
“왜유? 영일이 에미 소문땜에 그러지유?”

 “이왕 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하루 이틀두 아니구 동니사람들 중에 몰르는 사람이 없어유. 다잡아서 정신차리게 해야지 원. 바깥양반 불쌍혀서……”

 얼굴이 굳어진 광식이는 홱 돌아서며 지게작대기로 풀섶을 탁탁치며 걸어간다. 영문도 모르는 개구리가 폴짝 폴짝 뛰어 한길이나 되는 아랫논으로 줄행랑을 친다.

 “기집년은 그자 다리깽이를 똑 분질러서라두 앉혀 놔야지. 분을 뽀얀하게 바르구 궁뎅이를 샐랑샐랑 흔들구 댕기더니 참나 원. 인물값 하는가. 핵교 교장은 또 모하는 놈팽이래. 썩을놈. 쯧쯧.”

 광식이의 뒷통수로 거친 말이 날아와 박힌다.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가 두레박에 앉아 의심스러운 듯 눈망울을 빙글빙글 돌리자 정순네는 함지속의 물을 냅다 끼얹는다.

 ‘빌어먹을 년. 죽이지두 못하구 참. 늦바람 나면 돌이킬수 없다더니 내가 왜 이렇게 되었지. 무엇에 홀린 것 같어.’
생각할수록 괘심하다. 
 
 비록 없는 살림이지만 삼남매 낳고 아픈데 없이 오순도순 잘 살았는데 이런 경우가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윽박지르고 주먹다짐하는 것도 이젠 질렸다. 그럴때마다 의남매 맺은건데 어떠냐고 바득바득 우겼다. 더구나 오후 네시만 되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등 음식을 소물소물 만들어 보자기에 싸서 학교사택으로 부리나케 걸어간다.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일네는 본래 이곳 토박이가 아니다. 십여년 전에 영월 주천에서 이사를 왔다. 거기서는 주로 옥수수 농사를 지었는데 영일이의 외할머니가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는 관계로 돈이 달리자 전,답을 팔아 일부 돈은 보태주고 나머지는 시거리에 텃밭이 달린 방두칸짜리 집과 서마지기 논을 구입하여 이사를 온 것이다.

 광식이 내외는 억척스러울 만큼 늘 부지런하였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을 손에서 놓치를 않았다.
 
본인 토지 이외에 남의 논, 밭도 도지로 얻어서 붙였다. 가을이면 윗방에 쌀과 콩, 수수, 좁살등이 가마니에 쌓여 그득하였고 고구마나 감자, 땅콩은 삼남매가 겨우내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먹거리였다.

 재남이는 여덟살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고 두 살 터울인 막내 재숙이는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는 울보 계집아이다. 무엇이 못마땅하거나 누가 조금이라도 야단을 치면 울음보부터 터트린다. 그러고는 한참씩 운다. 그것도 쉬어가며 띄엄띄엄 우는데 소변이라도 마려우면 얕으막한 봉당에 앉아서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드러낸채 마당으로 갈기면서 운다. 
 
 재숙이는 광식이를 닮았다. 넓적한 얼굴에 입술은 두툼하고 피부도 까무잡잡하다. 여자아이로는 못생긴 편이다. 그래도 광식이는 재숙이를 무척이나 귀여워 한다. 막내라는 점도 있지만 저를 닮기도 하였고 마누라처럼 바람을 피우는 반반한 인물에 대한 반감이 얼마만큼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헛가마골로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 옮겼다. 오솔길 옆으로 흐르는 도랑물이 맑다. 누런색의 모래와 돌멩이가 물살과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지경이다. 버들치는 떼로 모여 물 흐름을 즐긴다.

 이따금 알록달록한 쉬리 숫놈이 훼방을 놓듯이 번개같이 바닥을 휘젓고는 다시 풀섶으로 사라진다. 흩어졌던 버들치들은 다시 모여들어 꼬리를 흔들며 대열을 이룬다.

 (다음편에 계속)


신기록 11-12-09 00:22
긴글쓰느라 고생 하셧네유~~~~~
어린시절에 힘들엇던생활이 떠오르네유
다음편 기대하고 잇겟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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